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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거리 두기 격상/택배 반환 청구/비대면

by turtle-dado 2021. 8. 26.

2021.08.25

  오늘은 기숙사에 보낼 짐을 아침 일찍이부터 우체국에 가서 부쳤다. 어제 하루 종일 짐을 싸느라고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급하게 필요한 물품들도 사고, 옷도 정리하고. 정말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아침에 택배를 보내고 난 후, 휴대폰을 좀 수리해볼까 싶어 휴대폰 수리센터를 방문했다.(가끔가다 전화할 때 전화가 끊겨들리거나 안 들림, 화면 일부가 터치가 안 먹을 때가 있음) 매장 직원분이 이렇게 저렇게 해보시더니 당장 눈에 보이는 증상이 없어서 손대는 게 어렵다고 하셨다. 그렇게 매장을 나와 엄마와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점심을 먹고 집에 들어가는 길에 학과 공지로 '학교 소재 지역이 거리 두기 단계가 4단계로 격상되었으며, 이에 따른 추가 공지는 내려오는 데로 전달해 주겠다'라고 왔다.

 

  학교 규정에 거리 두기 4단계는 전면 비대면이 원칙이다. 그러나 학교 측에서는 공지를 비대면이 원칙이나 동시에 교수 재량에 따라서 대면을 진행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정확한 답을 회피하였다. 그럼 나는 두 가지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전면 비대면을 할 가능성에 대한 대비, 교수님의 재량으로 대면 수업이 강행될 가능성에 대한 대비. 기숙사 때문도 머리가 복잡했다. 이번 주에 기숙사를 입사하지 않으면 2차 입사 때(5주 차)까지 입사하지 못한다. 그 와중에 교수님께서 4단계 거리 두기 기간이 지났으니 대면을 진행하겠다고 하시면, 기숙사에 입사하지는 못하지만 3주 동안은 밖에서 지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이번 주에 입사를 하고 비대면이 계속 연장되면 들이지 않아도 되는 생활비가 들어가게 된다. 이 복잡한 상황에서 일단 드는 생각은 '택배부터 찾자'였다. '내일 택배를 다시 보내는 한이 있더라도 우선 택배를 찾자.'

  동네 우체국에 전화를 했더니, 이미 택배는 출발했다고 한다. 다급하게 직원분께 상황을 설명해드리니 그럼 가까운 우체국이나 우편집중국에 가서 반환 청구를 하라고 하셨다. 급하게 차를 돌려 우편집중국으로 향했다. 우체국으로 들어가서 택배를 찾으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여쭈어보니, 우편물 찾는 곳으로 가서 업무를 봐야 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다시 건물 밖으로 나와서 옆 건물로 향했다. 하늘도 꾸물꾸물하더니, 비도 내렸다. 우산이 없어 비를 맞으면서 옆 건물로 향했다. 그렇게 우편물 찾는 곳에 도착을 해서 직원분과 얘기를 했더니 이젠 또 그 업무는 우체국 관할이라고 하셨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당황했지만 다시 우체국으로 갔다. 그랬더니 거기서 우체국장님과 연결을 해주셨고, 우체국장님께서 택배를 찾아봐 주시겠다고 하셨다. 직원분께서는 그에 대한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하셔서 6,300원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택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체국 의자에 앉아서 엄마와 택배비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아침에 택배를 보내기 위해 동네 우체국에서 지불한 31,000원은 환불받을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우체국 직원분께 여쭈어보니 해당 금액에 대해서는 환불받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 이유는 이러했다.

택배를 반환 청구하게 되면 그 택배는 일단 도착지에 도착한 후에 택배 기사분께서 보낸 이 주소 앞으로 반송시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이미 동네 우체국에서 이 우체국으로 배송이 되었기 때문에 그 금액에 대한 환불이 어렵다. 그냥 중간 과정(택배가 갔다가 다시 반송되는 것)을 생략한 것일 뿐 원래대로라면 2주 후에나 택배를 찾을 수 있던 상황이었다.

  이 말을 듣고 한 번에 짜증이 몰려왔다. 동네 우체국에서 우편집중국까지 거리는 10분 정도. 그 거리를 31,000원을 주고 온 것이다. 거기에 반환 청구 수수료 6,300원까지. 만약 대면 수업을 그대로 진행하겠다고 하면 다시 내일 또 택배를 부치러 우체국에 가야 한다. 그럼 또 31,000원이 들겠지?

  이 상황에서 내 억울함을 털어놓을, 원망할 대상이 없었다. 분명 부당한 일이다. 근데 누구로 인해 이런 부당한 일을 겪게 됐는지 나는 모르겠다. 비대면이 원칙인데 교수 재량으로 경우에 따라 대면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공지한 학교를 원망할 수도, 비대면 수업을 권고하는 와중에 대면 수업을 강행하는 교수님을 원망할 수도, 거리 두기가 4단계로 격상됐다는데 대면 수업을 그대로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여부를 서둘러 알려주지 않는 학과를 원망할 수도, 자신들도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중간 입사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는 기숙사를 원망할 수도, 택배비를 환불해 줄 수 없다는 직원분들이나 우체국 시스템을 원망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원망이라고는 택배를 보낸 나였다. 좀 더 고민하고 보낼걸, 좀 더 고민하고 반환 청구를 할걸. 조금 더 이성적으로 냉정하게 생각해 볼걸. 온통 머릿속은 후회와 원망으로 가득 찼다. 코로나로 인해 발생한 멍청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제까지 발생한 멍청 비용

○ 택배비 31,000원 + 반환 청구 수수료 6,300원 + 일요일 비행깃값 10,000원 + 이전에 예약한 추석 비행기 표 취소 수수료 10,000원 =57,300원

▶앞으로 발생할 멍청 비용

● 택배비 31,000원 + 교통비(비행기 + 버스 + 택시) 50,000원 = 81,000원

□ 누적 : 138,300원

  이렇게 공중분해된, 그리고 될 돈에 대한 피해 보상은 누구에게 청구해야 하는 걸까? 정말 억울한데 보상받을 수 있는 곳이 없다.

+ 오늘 오후 10시쯤 온 공지+

거리 두기 4단계 격상으로 인해 거리 두기 4단계가 유지되는 동안 전면 비대면으로 변경된다. 무슨 회의를 하루 종일 했는가 보다. 나는 회의 결과가 나오기를 눈이 빠져라 기다렸는데. 타지생에 대한 배려를 왜 안 해주시는 걸까? 참 답이 없는 하루였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정말 딱 그런 하루였다.

이런 피해가 또 발생하기 전에 코로나가 눈치껏 사라져줬으면 좋겠다. 사라져라 코로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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