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남 작가님은 파킨슨병을 앓기 전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셨다. 파킨슨병을 진단받은 것은 작가님이 병원을 개인 병원을 개원한지 1년쯤 되었을 때였다. 이제 막 무언가를 시작해보려는 분 앞에 큰 시련이 닥친 것이다. 그렇게 작가님은 한 달 동안 침대에만 누워서 생활하셨다.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왜 하필 나에게..'이런 생각들로 하루하루를 보내셨다고 한다. 나였더라도 그런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왜 하필 그 많고 많은 사람 중에 나일까? 정말 나였어야만 했나?' 하며 원망 어린 말들과 함께 깊은 우울감에 빠졌을 것이다. 그렇게 원망하며 하루를 보내던 중 작가님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나는 아직 초기인데, 할 수 있는 게 많은데 왜 이렇게 무기력하게 누워만 있는 거지?'. 생각의 전환이다. 이런 생각의 전환으로 하루를 보내셨고, 또 다른 하루를 맞이하셨다. 이렇게 생활하기를 15년. 꾸준히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환자분들을 도우시고, 작가로 책도 집필하시면서, 자신의 아이들도 양육하시면서 강의도 하셨다. 참 대단하지 않은가. 하루하루 지날수록 몸은 불편해가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꾸준히 해내셨다는 게. 정말 존경스러웠다. 작가님은 파킨슨병 환우로 또 의사로, 작가로, 엄마로, 강사로 지내시며 깨달은 것들을 젊은 세대의 사람들에게 전해주고자 책을 집필하셨다고 하신다. 이 책을 읽어보면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사지가 멀쩡한 나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가. 누군가에게는 절실한 하루를 나는 왜 이리 낭비하며 보냈는가. 후회하게 되었다. 하루의 절반 이상을 잠으로 보내고 있는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이 책을 처음 읽었던 게 2021년 2월 무렵이었다. 책을 읽고 마음을 정비하여 한 학기를 바쁘게 보냈다. 학과 일로 바빠서 쉴 새 없이 달려 종강을 맞이했다. 워낙 학기 동안 바쁘고, 체력적으로 방전이 되어있어서 방학 때 나에게 보상으로 조금의 늦잠과 아무 일도 하지 않기를 주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지내다 보니 어느새 방학이 끝났다. 그렇게 느슨하고 흐트러진 방학을 보내고 이 책을 다시금 읽어봤는데, 나는 또 후회했다. 이제 다시 마음을 다잡아야겠다. 가는 시간을 아까워할 수 있는 사람, 시간을 아낄 수 있는 사람, 지나간 일에 덜 후회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나 자신을 위해서.
이렇게 읽을 때마다 마음을 다잡게 해주고 반성하게 해 주는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가로막고 있는 거대한 벽으로 인해 좌절하고 무기력해질 때, 세상과 맞서는 일이 두려워질 때, 이 책 읽어보기를 권장한다.
이 책을 읽고 내 마음에 와닿았던 구절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간추리고 간추린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다. 그러나 읽을만한 가치가 있기에 이렇게 포스팅으로 남겨놓는다.

'걱정하기'가 나의 습관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걱정이 많은 편이다. 그러고 싶지 않아도 자꾸만 걱정거리들이 떠오른다. 그런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아서 마음에 와닿았다.

공감이 가는 말이었다. 다가온 불행을 피할 수 없으니 그 이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가 중요하다는 것.

이 말이 정말 위로가 되었다. 틀린 길은 없다는 것.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맞다 틀리다를 논한다. 나와 다르다고, 그 길로 가서 실패를 경험했다고 그 길은 틀린 길이라고 말한다. 작가님의 말처럼 틀린 길은 없다. 다만 배움의 종류가 다를 뿐.

영원한 고통은 없고, 분명 그 사이엔 덜 아픈 시간은 존재할 것이다. 참 위로가 되는 말이다.

그렇다. 차가 없으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되고, 그마저도 없으면 걸어가면 된다. 어떤 식으로든 방법은 생긴다.

진정한 강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겠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셨던 작가님은 여기서 환자를 대할 때의 태도에 대해서도 말씀하셨다. 심리학을 공부하는 나에겐 꼭 필요한 말이었다. "치료사는 환자의 분노를 견디고 그로부터 살아남아야 한다." 좋은 치료사가 되기 위해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어떤 생각을 지니고 일을 해야 하는지 지침을 주는 책이었다. 여러 의미로 뜻깊은 구절이었다.

모르는 것을 티 내지 않기 위해 아는 척 감춰왔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저 한 마디가 어려워서.

완벽하게 준비가 되지 않으면 시작조차 망설였었는데, 이 구절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

이 문장을 읽은 순간 머리를 망치로 맞은 기분이었다.

허무했다. 내가 당장에 눈앞에 닥친 일을 하지 않으면 세상이 무너질듯했는데. 막상 보니 아무렇지 않다는 걸 깨달았을 때 정말 허무했다.

언제나 주체는 나. 살아가면서 지녀야 할 중요한 마인드인 것 같다.

부모님도, 연인도, 친구도, 가족도 모두 그렇다.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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